1. 독서광 김득신
지난 시간에는 양반제도에 관하여 많은 의견이 오갔습니다.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이 오갔지만, 아쉽게도 양반제도와 교육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하여간, 홍참봉 이야기와 양반에 관련하여 작년에 읽었던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그 책에는 여러 양반들(김영, 정약용과 황상, 허균과 이필, 권필과 송희갑, 홍길주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양반들이 무지 사랑했던 어떤 것에 대한 광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 중에서도 독서광 김득신이 생각납니다. 김득신은 우둔한 인물로 10살 때 글을 깨우치고, 20살 때 비로소 스스로 작문을 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책을 수만 번 읽는 광적인 양반이었지요.
'옛사람들은 김득신의 노둔함을 자주 화제에 올렸지만, 그 속에는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외경이 담겨 있었다. 지금도 세상을 놀래키는 천재는 많다. 하지만 기웃대지 않고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성실한 둔재는 찾아볼 수 가 없다. 그래서 한때 반짝하는 재주꾼들은 있어도 꾸준히 끝까지 가는 노력가는 만나보기 힘들다.'
아직도 책의 문구를 소중히 노트에 적어 간직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 그의 성실한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나 봅니다.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은 1604년(선조 37년)에 태어나 문명을 크게 떨친 인물입니다. 그는 어릴 적에 천연두를 앓아 지각이 발달하지 못해 이해가 느린 편이었습니다. 김득신의 아버지는 오히려 김득신을 책망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김득신은 책을 읽으면 수없이 반복해서 읽을 정도였는데 백이전을 11만번 이상, 사기도 천 번이상 읽었다고 합니다.>
2. 김득신이 책읽기에 미친 이유
그런데 요즘 교육과정을 공부하다보니, 왜 그는 그렇게 많은 고서들을 수만 번 읽었던 것일까? 하인과 주변사람들의 비아냥거림에도 책읽기에 그토록 미친것일까? 생각하게 합니다. 이에 답은 그가 만 번 이상 읽은 책에 대해 감상평을 기록한 독수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수 만 번씩 읽은 고서에 이렇게 평일 썼다고 합니다.
<백이전, 노자전>을 읽은 것은 글이 드넓고, 변화가 많아서였고
<의문장, 중용>을 읽었던 것은 이치가 분명했기 때문이고
<백리해장>을 읽은 것은 말은 간략한데 글이. 깊어서였다.
무릇 이들 여러편의 각기 다른 문체 읽기를 어찌 그만 둘 수 있겠는가...
3. 교과 공부에 정진하는 자세 배우기
김득신이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글 속에서 노닐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와 책 사이에는 어떠한 비아냥, 유혹에도 흔들거리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미쳐야 미친다의 저자는 '외경'을 붙였던 이유일 것입니다.
그가 미치도록 사랑했던 것을 교과라고 유추해본다면 스콜라주의자와 양반이 가능한 삶의 많은 부분을 교과공부에 바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교과를 대하는 태도 혹은 교육적 유산을 대하는 태도도 현 시점 그리고 미래에 까지도 유효하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P.S. 2011년 교대생일때 수업을 듣고 쓴 교육에 관한 단상입니다. 학생일 때는 교과공부를 현직에 나가면 당연히 더 많이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직접 학생과 상호작용하며 부족한 이론을 공부하고 채워나갈 것이라 생각을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교과공부는 대학생일 때 가장 많이 했네요. 작은 학교에서만 근무하니 여러 보직을 맡았던지라 지도서와 교과서만으로 수업을 겨우 구성했던 현장은 저에게 항상 부족함이 많았던 곳입니다. 다양한 교수기법이 현장에 소개되고, 새로운 기자재를 통한 수업, 온라인 수업, 다양한 학문이 교과에 소개되어 교사의 역량이 꾸준히 요구되는 현실이기도 하죠. 학창시절 때에는 그런 것을 하나하나 배우고, 모르는 것을 아는 즐거움이 컸는데,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내용과 교수법은 도전이기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요. 이사를 준비하면서 대학시절에 공부한 노트를 준비하다가 발견한 이 글을 보니 그 당시 배움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과연 이게 나였던가...의아하기도 합니다. 이 글로 다시 배우는 것을 즐거움, 노둔하지만 꾸준히 정진하는 김득신처럼 그렇게 나아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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