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모습을 그려나가기 위해 읽은 책
우리가 꿈꾸는 사람과 사회, 그 이상을 가급적 구체적으로 그려가며 공부하는 예비교사와 그렇지 않은 예비교사의 미래 모습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꿈꾸는 사회와 사람의 모습을 그리지 못한 채, 교사가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려고만 한다면 미래의 제자들 앞에 서기가 부끄럽지 않을까요? 아이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과 사회, 이상의 모습 ― 그 중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그려나가기 위해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게 되었습니다. 마땅함을 좇아 행한다고 할 때, 그 마땅함을 설명하는 글 한 줄 만나면 광부가 광맥을 찾았을 때의 기쁨처럼, 반갑게 밑줄을 치며 읽었지요. 그래서 ‘그 사람의 모습’을 보는데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 듭니다.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책
짧은 내용의 책이지만, 그리 가볍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상처를 입은, 외로운 존재들이 등장하니까요. 그래서 일까요? 책에서 실제 이름이 아닌 나, 파출부, 박사, 루트, 형수, 미망인으로 인물을 표기합니다. 서로의 진짜 이름도 없고, 그로 인해 진짜 이름을 불러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수학의 고리로 연결 지어지는 이들의 관계는 아주 팽팽히 당겨진 줄처럼, 서로를 이끌어 주고―당겨 주는 친밀감을 느끼게 합니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상처받은 존재로만 있다가 수학을 매개로 소중한 존재로 의미 지어져, 서로 마주서게 되듯이 말입니다. 그들 사이에는 무수히 많고 아름다운 수학이 채우고 있듯이 말이지요.
그 사람의 모습 - 루트와 박사로부터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깨닫다
무엇보다도, 책에서 제가 유심히 바라본 본 ‘그 사람의 모습’은 루트와 박사입니다. 그들이 사랑을 매개로 서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책 구석구석, 활자를 통해 전해집니다. 이를 통해, 예비교사로서 미래의 제 모습을 투영해봅니다. 그러고 나서야,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내가 경계심을 풀고 박사를 신뢰하게 된 것은 박사와 아들이 처음 만난 그 순간 부터였다. (중략)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한껏 벌리고 아들을 포옹했다.” (40p)
“모른다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새로운 진리를 향한 도표다.” (91p)
“박사는 루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략)... 루트가 아무리 엉뚱한 실수를 해도 강바닥의 모래에서 사금 한 알을 캐듯 잘한 점을 찾아내었다.” (53p)
“어린아이에게 한없이 애정을 쏟는 할아버지 같았다.” (55p)
“박사는 어떤 경우에도 루트를 지키려고 했다. ...(중략)... 박사의 생각이 행동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전해지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루트는 그 모든 것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느꼈다. ...(중략)... 그는 박사의 배려가 고귀하고 고마운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182p)
“단순히 정확한 답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질문한 당사자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루트는 스스로 찾아낸 답 앞에서, 그 답의 정확함뿐만 아니라 질문 자체의 훌륭함에 황홀해졌다.” (183p)
“그는 루트를 소수만큼이나 아꼈다. 소수가 모든 자연수를 있게 하는 근원이듯, 아이는 어른에게 필요불가결한 원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 이렇게 존재하는 것도 다 아이들 덕분이라고 믿고 있었다.” (184p)
이렇게 책을 읽다 밑줄 친 부분을 되뇌면, 예비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날 때,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행동할 것인가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먼저, 바라본다는 점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는 큰 장벽이나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지 않습니다. 그들 사이는 서로 존재함으로써 서로 의미 있는 존재, 서로를 가치 있게 여기고, 상대방의 좋은 일이 나의 좋은 일이 되는 관계입니다. 여기에는 집의 주춧돌처럼 애정과 사랑, 배려가 전제가 되겠지요.
어떻게 행할 것인가라는 면에서는 박사의 삶이 루트에게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을 주목하게 합니다. 박사가 수학을 대하는 삶의 태도가 그대로 루트에게 전이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박사가 루트에게 수학을 정성스럽게 가르쳤듯, 박사로부터 영향을 받은 루트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루트의 제자에게 전이되겠지요.
결국, 교사의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이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내가 박사처럼, 애정 어린 태도로 내면화한 수학 혹은 여타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교사가 교과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태도가 그대로 아이들이 배운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박사가 열렬히 사랑했던 소수, 루트처럼, 제가 가르치는 교과와 아이들을 사랑해야겠지요.
읽고 떠오른 교사 십계명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으며 항상 떠오르게 했던 도종환 시인의 <교사 십계명>을 적으며, 박사가 루트에게 보였던 사랑을 되놰봅니다. 이제 저는 이러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야겠지요.
「 첫째, 하루에 몇 번이든 학생들과 인사하라. 둘째,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라. 셋째,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라. 이름 부르는 소리는 누구에게나 가장 감미로운 음악이다. 넷째, 칭찬을 아끼지 말라. 다섯째, 친절하고 돕는 교사가 되라. 학생들과 우호적 관계를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친절하라. 여섯째, 학생들을 성의껏 대하라. 일곱째, 항상 내 앞의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라. 여덟째,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라. 아홉째, 봉사를 머뭇거리지 말라. 교사의 삶에 있어서 가장 가치로운 것은 학생을 위해 사는 것이다. 열째, 깊고 넓은 실력과 멋있는 유머와 인내, 겸손을 더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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