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수업 후 남아있는 인상
벌써 새벽을 훌쩍 넘었습니다. 평소 마시지 않는 커피의 각성 효과를 빌렸습니다. 원고 마감시간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글쓰기에 분주한 기자나 작가의 고통을 떠올려봅니다. 사실 수업시간에 적어 온 ‘물음들’에 대해 답과 근거를 찾을 생각으로 이 전까지 ‘서양교육사, 교육학개론, 교육학 관련 도서’들을 보고 있었습니다만 다시 책장에 넣었습니다. 과제가 아니라 소견이라는 것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저는 첫 소견서를 첫 수업을 끝마치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지배적인 인상과 관련하여 써보려고 합니다. 교수님에 대한 첫 인상, 한 학기 동안 고민, 고통에 대한 감내 그리고 학문(배움)의 자세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첫 수업인 만큼 다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적어 보려 합니다.
2. 교수님의 인상적인 모습
먼저, 교수님의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는 의견, 자신이 철통같이 믿고 있는 사실(상식)에 반대되는 의견을 듣게 되면, 쉽게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교수님의 개방적인 면모와 하나의 의견까지 다시 되짚어보는 소크라테스적 사고방식이 저의 뇌리에 아직도 선합니다. 다양한 청년을 만나고 대화했던 그리고 질문을 통해 논리의 법칙, 즉 이성의 명령에 귀를 기울였던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매주 마다 기대해봅니다.
3. 물음과 고민이 뒤섞인 수업 그리고 각오
사실, 이번 수업은 물음과 고민이 뒤섞인 탁한 바다에 내몰린 기분입니다. 과제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그보다 더 ―― 모든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면서 생기는 긴장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스스로 충분한 고민을 통한 이성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마다 말하려는 요점을 찾아야 할 것이고, 체계적인 사고 없이 던져지는 질문과 의견들에 의문을 다시 제기해야 합니다. 의견이 옳은지 반론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고도 해야 합니다. 여러 의견 중에서 합의점도 찾아야 할 것이며, 때로는 그 질문과 의견으로 파생된 물음에 답해보고 또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니체는 쾌감과 불쾌감은 서로 단단히 묶여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 가지를 가능하게 하려면 불가피하게 다른 하나도 그 만큼 경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이 영위하는 삶, 특히 교육은 참으로 복잡한 과업입니다. 이에 충분한 근거, 상식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 및 이성적 사고 없이 교육을 수행 할 수 있을까요? 우리들 고민, 고통이 우리 자신을 비롯하여 미래의 우리 제자들에게 행복으로 다가오기를 바라다보면, 정신 바짝 차리고 때로는 고통을 감내하며, 수업에 임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게끔 합니다.
4. 무한한 공간 위에서 모든 구성원이 성장하길 바라며
학문(學問)의 한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배울 학과 물을 문이 있습니다. 물어보면서 배우는 것이겠지요. 윤리교육과 차00 교수님은 학(學) 과 사(思)를 통한 공부 방법을 일러주셨습니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이를 말과 글로 표현함을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윤리교육과 이00 교수님도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스스로 음미할 수 있도록 수업 시간에 강조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00 교수님도 묻고 배우며, 고민하고, 표현하는 수업이라는 점에서 상통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부의 방법은 ‘참으로 낯설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낯선’은 불안을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만, 이 단어는 참으로 묘한 인상을 줍니다. 문학의 ‘시’가 사물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작업을 통해 아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듯이, 이러한 공부방법이 기존의 시각, 비판적 시각을 넓혀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와 ‘장자’를 접하며 느꼈던 묘미를 말이지요.
이번 강의는 분명 좁은 강의실에서 진행함에도 31명이 각자 만들어낸 무한한 공간 위에서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 우연히도 31명의 학생들은 이번 학기에 이 세 분의 교수님과 함께 합니다. 참으로 행운이겠지요. 고대의 아테네 시장에서와 같이, 우리들의 배움의 장소가 사색, 토론, 대화의 장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해봅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이 글은 대학교 재학시절 교육과정과 수업을 첫 수강하고 쓴 소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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