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블로그에 인사드립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두 달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나 자신을 돌아볼 틈조차 없었습니다.
무게감이 다른 올해의 역할들
올해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자, 학년부장, 체육부장, 그리고 통합학급을 맡고 있습니다.
한 역할만으로도 벅찰 수 있는 상황에서 여러 역할이 겹치니, 머릿속이 늘 분주하고 마음 한켠은 늘 무겁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행정 업무와 각종 회의, 고민거리들이 집까지 따라와 저녁과 새벽마저 쉬지 못하게 만듭니다.
학생들 하나하나를 바라볼 때마다, 이 아이들에게 내가 어떤 교사로 기억될까,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자책과 반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아이, 규칙을 반복해서 어기는 아이, 그리고 통합반에서 수업을 함께 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친구까지…
모두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하루하루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체육부장,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체육부장 업무를 쉬어가는 자리라고 말하시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3월 초부터 학교체육 기본방향 보고서를 작성하고 곧이어 학년별 육상대회 학생 선발과 훈련, 생존수영 운영 계획까지, 매 순간이 결정과 실행의 연속입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생존수영 관련 수천만 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점도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학년 체육대회까지 준비하면서 동료 교사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 이후로는 팝스 체력평가 추진, 위원회 구성, 각종 보고까지 숨 가쁘게 지나왔고, 어제는 체육대회 계획 마무리 및 품의, 필요목록 주문까지 마쳤습니다. 말 그대로 터널의 한가운데를 지난 느낌입니다.
연휴가 주는 작은 여유와 숨 고르기
그 사이 여러 회의를 거쳐 확정된 학년 체험학습도 다녀왔고, 다행히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연휴(어린이날, 석가탄신일)가 눈앞에 있어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그동안 숨 쉴 틈 없었던 시간들, 이번 긴 휴식만큼은 온전히 저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 다시 잘 걸어가기 위한 충전의 시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교대 입시 경쟁률이 떨어지고, 후배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쯤에서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바로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저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내가 부족해서”, “내가 처음이라서”, “내가 아이들을 잘 못 이끌어서”라는 생각으로 자책하며 마음을 무겁게 안고 살아가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가 맡았던 일과 지도는 항상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 속에서 이뤄집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지식 전달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배경과 성향을 가진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기에, 늘 정답이 없고,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학생 한 명의 태도 역시 단기간의 수업이나 훈계로 바뀌지 않으며, 그 아이가 자라온 가정환경과 학교에서의 오랜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점점 더 깊이 느낍니다.
그러니, 오늘 지도했던 일이 기대한 만큼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때 오히려 더 나은 해답이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나'를 위한 스케쥴러, 기다려지는 하루
사실 그동안 저는 학교 업무에 너무 깊이 매몰되어 살았던 것 같습니다. 3월부터 빼곡히 적어왔던 스케쥴러에는 ‘해야 할 일’, ‘마감일’, ‘회의 시간’만 가득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나 적어보았습니다. 정말 작은 취미 하나였지만, 그 날을 기다리는 제 마음이 왜 이렇게 설레고 따뜻한지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내 삶에도 ‘기다려지는 하루’를 만들 수 있구나.”
오늘의 나를 안아주는 시간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맡은 역할과 책임은 무겁지만, 그 안에서도 ‘나’를 잊지 않기를. 일에만 몰두해 자신을 놓치지 않기를.
삶의 한 가운데에서, 가볍고 반짝이는 순간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걸 느끼게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연휴는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시간보다, 나 자신을 잠시 안아주는 시간으로, 그리고 다시 시작할 힘을 충전하는 시간으로.
우리 모두, 잘 살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모든 교사분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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