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책은 해야 할 ‘과제’가 되었고, 아이들은 점점 책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EBS 다큐멘터리 책맹인류 2부를 보며, 초등학교 5학년을 기점으로 아이들이 독서를 고역처럼 느끼게 되는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1. 독서, 왜 부담이 되었을까?
“책 읽어야 해”라는 강요가 만든 부담
62% 정도의 학생들은 스스로 원해서 책을 읽는 상태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책에 흥미가 없어질수록 학생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은 학생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 학교나 교실에서 종종 사용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책을 읽다 보니 정작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책을 많이 읽은 학생에게 보상을 해주겠다라고 실험에 참여한 한 학생의 인터뷰가 기억에 강하게 남습니다.
“친구들보다 더 앞서 읽으려고 하다 보니까 빨리 읽게 돼서 내용도 기억 안 나고 지루했어요.”
결국 독서의 본질보다는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아이들은 책을 흥미로운 활동이 아닌 하나의 ‘과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경기대학교 교육심리전공 황혜영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여 설명합니다.
“외적 보상을 강하게 경험하는 학생들은 보상을 받는 데만 더 전념하게 된다. 글을 이해하지 않고 단순히 표면적으로 읽는 경향이 있다.”
즉, 보상을 받기 위해 책을 읽게 되면 책의 내용보다는 보상 자체에 집중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독서에 대한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율성’이 없는 독서는 흥미를 떨어뜨린다
충북대학교 장유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보상이 없어졌을 때,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오히려 읽기 활동 자체에서 느낀 흥미가 제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장난감이 가득한 방에 들어갔을 때,
• 부모가 ‘이 장난감으로 놀아야 해’라고 지시했을 때보다,
• 아이 스스로 장난감을 선택했을 때 더 오래 놀이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대학교 교육심리전공 황현영 교수는 이를 ‘자율성’과 연결 짓습니다.
“흥미라는 건 동기의 가장 핵심이고 가장 수준 높은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즉, 아이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활동일수록 몰입도와 지속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고학년으로 갈수록 아이들의 자율성이 좌절되며, 독서 흥미 또한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2. 부모와 학교는 어떻게 독서를 바라볼까?
부모와 아이의 ‘독서 기준’이 다르다
부모들은 자녀가 읽어야 할 책을 ‘권장도서’ 위주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책과 부모가 추천하는 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정수정 사서선생님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모들이 권장도서를 너무 맹신하셔서 아이의 흥미나 적성을 파악하지 않고, 학년 권장도서니까 다 읽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효선 초등학교 선생님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합니다.
“아이의 물리적인 나이와 독서 나이는 분명히 같지 않다.”
춘천교육대학교 박성석 교수도 초등 권장도서의 난이도가 아이들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3~4학년 권장 도서 중에는 텍스트 난도가 1000을 넘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 34학년 텍스트 난도는 보통 410~580 수준)”
즉, 아이들의 독서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책을 읽게 하면 오히려 독서에 대한 좌절감만 커질 수 있습니다.
3. 즐거움을 위한 독서, 해외 사례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딩 스타’ 프로그램
영국에서는 프리미어리그 리딩 스타(Premier League Reading Stars) 라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9~13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축구와 연결된 독서 활동을 진행하며 읽기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에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 수업을 통해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세인트 피터 앤 폴 초등학교 사라 클락슨 교장 역시 독서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읽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축구라면 더욱 좋죠.”
영국은 2013년부터 ‘즐거움을 위한 읽기(Reading for Pleasure)’를 교육과정에 정식으로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자유 의지로 책을 선택하고, 읽는 과정에서 실패감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Open University (오픈 유니버시티)의 테레사 크레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독서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가정의 사회적·경제적 지위보다도 아이의 교육적 성장에 더 효과적이고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즐거움을 위한 독서는 아이들의 교육적 성장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겠지요?
4. 나의 생각 - 소견
초등학교 정효선 선생님의 말이 가장 와닿습니다.
“책 읽는 건 놀이예요. 그건 참 재미있어야 해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책을 읽는 이유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부모님이 읽으라고 해서’가 되어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자율성 없이, 스스로 책에 다가가지 못하는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하지만 영상 속 백운초등학교의 한 사례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했을 때, 책을 보며 웃고 흥미로운 눈빛을 하고 있는 모습은 저에게 혹은 독서교육을 하려는 교사와 학부모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책을 다시 즐거운 놀이로 만들려면,
✔ 아이들이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할 자유를 주고,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교사로서 과연 아이들에게 책을 어떻게 읽게 하고 있을까? 권장도서만을 학생에게 추천해준 것은 아닌가?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으로 독서를 이용했던 것인가? 진정으로 책을 ‘즐길 수 있는’ 독서 교육을 고민해 볼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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